서른 잔치는 끝났다 - 최영미

from 반포미녀 욱셋맘 2015. 5. 14. 14:31

물론 나는 알고 있다 

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 

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 

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!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 

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 


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



잔치는 끝났다

 

술 떨어지고,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

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 

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 

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 

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 

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 

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 

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

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, 새벽이 오기 전에 

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 

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



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



 

 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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